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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디지털 미디어는 어떻게 인간의 집중력을 빼앗았는가

by 아콩대디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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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편적인 특징을 지닌 매체,

인터넷



인터넷은 그 자체로 새로운 미디어이지만, 

동시에 이전의 거의 모든 미디어를 

흡수해버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정보의 디지털화는 

신문, 방송, 책, 음악, 영화 등 

다양한 형식을 하나의 장치, 

하나의 화면 안으로 통합했다. 

 

전통적인 미디어 간의 경계는 사라졌고, 

각각의 미디어는 

그 고유한 목적을 잃은 채 

디지털 화면 속으로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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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던 사람은 

이제 웹 브라우저로 

영상 콘텐츠를 찾아보고, 

신문을 넘기던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스크롤하며 읽는다. 

 

정보 소비의 도구가 단일화되면서, 

인간의 인지 행태 역시 

깊이 있는 구조에서 

빠르게 소비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의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새로운 미디어는
낡은 것을
평화롭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뿐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

심지어 사회적 관계와 가치관까지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인간은 점차 정보를 선별하고

해석하는 '비판적 소비자'가 아니라,

흐름에 휩쓸려가는

'수동적 수용자'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느리지만,

뇌의 구조를

서서히 재편성할 만큼 강력하다.

 


 

책은 더 이상 책이 아니다



독서 행위는 

단순히 눈으로 

문자를 읽는 것이 아니다. 

 

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문장을 곱씹으며, 

일정한 리듬으로 사고하는 

깊은 정신활동이다. 

 

그러나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디지털 문서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절된다.

 

 

독자는 문서 안에 머무르지 않고,

링크를 따라 이리저리 이동하게 된다.

 

관심은 분산되고,

집중력은 파편화된다.

 

더 이상 하나의 주제에

몰입하기 어렵고,

텍스트를 따라가는

사고의 연속성도 무너진다.

 

읽는 행위는

더 이상 깊이를 지향하지 않는다.

멀티미디어가 결합된 

인터넷 환경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 소리를 

한 화면에 동시에 제공하며 

다양한 감각을 자극한다. 

 

이러한 감각의 융합은 

정보 전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집중을 방해하고 

주의력을 분산시킨다. 

 

'몰입'이라는 개념은 

이 안에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단순히 흥미를 자극하는 

콘텐츠의 나열 속에서 

인간은 더욱 산만한 존재로 변화한다.

 

마치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아무것도

깊게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은

빠르게 정보를 흡수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천천히 사유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활동에는

근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스마트폰 알림, 

팝업 광고, 자동 재생 영상과 

같은 요소들은 

의도적으로 

집중을 방해하도록 설계되었다. 

 

플랫폼은 사용자의 주의력을 

붙잡아 두기 위해 설계되었고, 

우리는 그 구조 안에서 

점점 더 '읽지 않는 독서'를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은 우리 뇌의 

정보 처리 방식을 변화시키며, 

점차 깊이 있는 

텍스트와의 접촉을 멀어지게 만든다.

 



디지털화가 만든 경제적 전환

 


인터넷의 확장은 

단순히 사용자의 사고방식만을 

바꾼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통적 미디어의 

경제적 기반까지 흔들어 놓았다. 

 

종이 신문, CD, DVD 같은 

물리적 매체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대표적인 예로, 

2009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이는 단지 형식의 변화가 아닌,

정보 유통 시스템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환은 

잡지의 콘텐츠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 잡지의 정체성을 이루던 

흑백 활자는 

디지털 이미지에 자리를 내줬고, 

정적인 읽기보다는 

영상이나 인터랙티브한 요소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예술과 문화의 영역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뉴욕 필하모닉이 관객들에게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앙코르곡을 투표하게 한 사례는, 

관객과 콘텐츠의 경계마저 

흐릿해진 오늘날의 풍경을 상징한다.

 

 


또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에 의해 

사용자는 더욱 좁은 범위의 

정보만을 접하게 되고, 

이는 확증편향과 필터 버블을 

강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즉, 정보의 민주화가 아닌, 

정보 소비의 획일화와 편향이 

오히려 가속화되는 것이다.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소비는

기존 언론의 중립성과 편집권을

무력화시키고,

클릭수와 광고수익이라는

단기적 성과에 의해

콘텐츠의 가치가 결정되는

구조로 변화했다.

 



미디어 소비자의 뇌는 

바뀌고 있다

 


TV를 오래 시청하는 사람이 

웹서핑도 많이 한다는 연구 결과는, 

단순한 습관의 중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수동적 소비자'의 성향을 지녔으며, 

빠르게 흘러가는 정보 흐름에 

익숙한 뇌의 구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미디어 소비는 

단순히 '시간 때우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뇌를 훈련시키고, 

인지 구조를 재편하며, 

사고방식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인터넷이라는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일어난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변화는 

기술의 발전이라기보다는, 

인간 정신의 지형이 

달라지는 사건에 가깝다. 

 

이는 단지 종이책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사고의 방식, 기억의 구조, 

심지어 자아의 정체성까지 

영향을 받는 전환이다. 

 

인터넷은 이전의 미디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의 뇌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이제는 생각 자체를 설계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읽기'는 더 이상 

과거의 깊이 있는 몰입과는 

다른 무언가이다. 

 

클릭하고, 스크롤하며, 

중간에 알림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오는 식의 '산만한 독서'는 

집중력의 종말을 상징한다. 

 

깊이 읽는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이제 

훈련받지 않은 사람에겐 

너무 낯선 방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는 

점점 더 이러한 방식의 독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다시 깊이 사고하는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소비 습관을 되돌아보고, 

의도적인 집중과 

비선형적 사고의 훈련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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