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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디지털 시대, 우리는 왜 깊이 사고하지 않는가

by 아콩대디 2025.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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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견과 도둑, 그리고 미디어의 본질


20세기의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은 이렇게 말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

 

 

이는 우리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느냐보다,

그 콘텐츠를 어떤 '형태'로 접하느냐가

인간의 감각과 사고방식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통찰이다.

 

미디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강력한 기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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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오늘날, 

미디어는 더 이상 

외부의 도구가 아니다. 

 

맥루한은 미디어 콘텐츠를 

'정신적 감시견을 따돌리기 위한 

고깃덩어리'로 비유하며,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정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사고방식에 끼치는

구조적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자 미디어가

문자의 독재를

무너뜨릴 것이라 예언했고,

우리는 그 현실 속에 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언제나 양면적이다.

 

 

 

긍정적으로는 콘텐츠의 민주화와 

정보 접근의 평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문화의 단순화'를 

불러온다는 회의론도 공존한다. 

 

옹호자들은 

풍부한 콘텐츠를 찬양하고, 

회의론자들은 

깊이 없는 소비를 우려한다. 

 

여기에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단순한 기술 비판을 넘어, 

인류의 인식구조 변화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HAL과 인간의 자리 바꿈 

– '컴퓨터와 나'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HAL은 

단지 SF적 상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느새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존재'가 

되어버린 현실의 은유다. 

 

HAL은 논리적이고 정확하며, 

감정까지 지닌 듯한 AI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HAL보다 더 교묘하고 

은밀한 시스템이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

그 모든 디지털 기기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그것들은 우리 감각을 지배하고,

뇌의 사고 패턴을 바꾼다.

 

예전에는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읽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목만 훑고,

키워드만 잡아내고,

링크를 클릭하고, 다시 닫는다.

 

사고의 흐름은 단절되고,

집중력은 끊어진다.

 

 



스크롤은 멈추지 않지만, 

사유는 멈춰 있다. 

 

긴 문장은 거부당하고, 

복잡한 문장은 무시된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미지, 

감각적인 콘텐츠만이 주목받는다. 

 

그렇게 우리는 깊은 사고의 

리듬을 잃어간다. 

 

인내심은 사라지고, 

선형적 독해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된다.

 



디지털 미디어가 만든 뇌 

 신경 구조의 재설계

 


기술은 뇌의 사용방식뿐 아니라, 

뇌의 구조 그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인간의 뇌는 가소성을 지닌 

유기적 기관이다. 

 

즉, 반복적 행동과 자극은 

뇌의 회로를 새롭게 연결하고, 

사용되지 않는 회로는 

가지치기 되어 사라진다. 

 

우리는 매일 스크롤하고, 

푸시알림을 받고, 

짧은 정보를 반복적으로 소비하며,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디지털적 사고방식'을 학습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터넷은 나를
초고속 데이터 처리기 같은
물건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뇌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정보를 내가 받아들일 필요가 있나?'

 

그리고 너무나도 자주,

그 답은 '아니오'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음 화면으로, 다음 콘텐츠로 넘어간다.

그 결과, 사유의 깊이는 얕아지고, 

집중의 지속력은 짧아지고, 

 

 

 

비판적 사고의 능력은 퇴화된다. 

 

익숙한 정보만 받아들이고, 

낯선 개념은 배제하게 되는 

'인지적 편향'이 심화된다. 

 

알고리즘은 이를 더욱 강화시킨다. 

 

나의 관심에 맞는 것만 보여주고, 

나의 세계관을 강화하는 

정보만 제공함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만든 

인지의 감옥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생각하는 인간에서,

반응하는 인간으로



이 모든 변화는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방식, 

곧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존재 정의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아 읽고 

이해하고 비판하지 않는다. 

 

대신, 빠른 반응을 요구받고, 

단편적 사실을 외우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감정을 소모한다.

 

 



디지털 미디어는 정보를 줬지만, 

맥락을 빼앗았다. 

 

스피드와 실시간성은 

놀라운 효율을 주었지만, 

동시에 사유와 통합의 

기회를 박탈했다. 

 

우리는 뉴스의 

헤드라인만을 기억하고, 

누가 무엇을 했다는 

단편적 사실만을 소비한다. 

 

그러나 왜 그것이 중요한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점점 사라진다.

 



진짜 생각하는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경고를 던진다.

 

깊은 사고를 위한 환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제 그 구조를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술은 빠르지만, 생각은 느리다.

 

이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고,

우리는 그 틈 사이에서 길을 잃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아닌, 

다시 생각하는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걸음은 '멈춤'이다. 

 

정보의 흐름 속에서 잠시 눈을 감고, 

한 문장을 천천히 음미하며,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알고 있고, 

왜 이걸 알고 싶어 하는가?' 

 

이 간단한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무수한 자동 반응의 세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

 




맥루한은 말했다.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는 우리를 만든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도구는 무엇인가?

그것은 다시 어떤 인간을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우리 각자의 '생각'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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