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에서 진까지,
재료와 숙성에 따라 완성되는 술의 성격
‘증류주(spirit)’는
단순히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뜻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재료의 성격, 증류 방식,
숙성 환경, 그리고 지역의 역사까지
녹아 있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대표 증류주의 스타일을 정리해 보고,
재료와 생산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특징들을 차분히 들여다본다.
브랜디 (Brandy)
코냑(Cognac)과 아르마냑(Armagnac)
두 증류주는 프랑스의 포도에서 시작되지만,
지역과 증류 방식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코냑(Cognac)은
보르도 북쪽의 지정된 지역에서 생산되는
오크 숙성 포도 증류주다.
반드시 포트 스틸(pot still)로
증류해야 하며,
섬세하고 플로럴한 향(포도, 라일락)을 지닌
미디엄 바디의 부드러운 스타일이 특징이다.
아르마냑(Armagnac)은
보르도 남쪽에서 생산되며,
대부분 컬럼 스틸(column still)을 사용한다.
그 결과, 도수는 낮지만 향이 진한
건조 과일(건포도, 무화과) 계열의
깊은 풍미를 가졌다.
두 술 모두 병입 전
오크 숙성을 통해 부드러움을 더하고,
숙성 기간에 따라
VS, VSOP, XO와 같은 등급을 표시한다.
법정 기준은 있지만,
실제 병입되는 술은
훨씬 오래 숙성되는 경우가 많다.
기타 프랑스 브랜디
코냑/아르마냑 외에도
프랑스에는 다양한 포도 브랜디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컬럼 스틸로 생산되며,
숙성이 짧고 맛이 단순하다.
종종 캐러멜이나 설탕이 첨가되어
달콤하게 마무리된다.
스페인 브랜디 (Spanish Brandies)
대표적인 생산지는
헤레스(Jerez) 지역으로,
스페인 셰리와 연결되어 있다.
스페인 브랜디는
일반적으로 진한 색을 띠고,
건조 과일과 시나몬, 커피 향이
어우러진 달콤한 스타일이다.
과실 증류주 (Other Fruit Spirits)
포도 외에도
다양한 과일에서
증류주를 만든다.
마르크(Marc) 또는 그라파(Grappa)는
포도를 짜고 남은 껍질과 씨에서 만든다.
깔바도스(Calvados)는
프랑스 북부에서
사과를 발효·증류한 후 숙성시킨
사과 브랜디다.
오 드 비(Eaux-de-vie)는
체리, 자두, 배 등 다양한 과일로 만든
증류주 전체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무색이고
숙성되지 않은 드라이한 스타일이 많다.
위스키(Whisk(e)y)
스코틀랜드 위스키(Scotch Whisky)
스카치 위스키는 보리(malted barley)를
주원료로 하며,
반드시 스코틀랜드에서
3년 이상 오크 숙성해야 한다.
싱글 몰트(Single Malt)는
단일 증류소에서 나온 몰트만으로
만든 위스키로
복합적이고 지역별 스타일이 강하다.
블렌디드(Blended)는
여러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
균형을 맞췄다.
마시기 부드럽고
균형 잡힌 풍미를 지닌다.
대표 지역으로는
하이랜드(Highland), 스페이사이드(Speyside),
캠벨타운(Campbeltown), 아일라(Islay)
등이 있다.
아일랜드 위스키(Irish Whiskey)
몰트와 언몰트 보리를 혼합해
만드는 것이 전통적이다.
대부분 무연탄(dry kilning)으로
건조하므로
스카치보다 스모키 향이 적고 부드럽다.
미국 위스키 (American Whiskey)
버번(Bourbon)은
주로 옥수수(corn)를 기반으로 하며
신규 미국산 오크통에서 강한 숙성을 한다.
바닐라, 코코넛 향의 풍미가 좋다.
테네시 위스키(Tennessee Whiskey)는
단풍나무 숯으로 여과하여
부드러운 단맛이 부각되는 특징이 있다.
라이 위스키(Rye Whiskey)는
호밀 비율이 높아,
스파이시하고 건초 향이 특징이다.
럼(Rum)
설탕 산업의 부산물인
당밀(molasses)에서 시작되는 증류주다.
발효 후 컬럼 스틸 또는 포트 스틸로 증류한다.
화이트 럼(White Rum)은
투명하고 숙성 없이 병입되며 칵테일에 적합하다.
골든 럼(Golden Rum)은
짧은 숙성 또는 캐러멜 첨가로
황금빛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다크 럼(Dark Rum)은
진하게 숙성된 스타일로,
무화과, 초콜릿, 시나몬 계열의
복합 향이 특징이다.
데킬라(Tequila)
블루 아가베(Blue Agave)에서
당을 추출해 만든 멕시코의 전통 증류주다.
숙성 기간에 따라 스타일을 나눈다.
플라타(Plata)/실버(Silver):
무색, 숙성 없음. 강한 풀향, 후추 향
레포사도(Reposado):
짧은 오크 숙성. 캐러멜 향
아네호(Añejo):
긴 오크 숙성으로 깊은 풍미 형성
보드카(Vodka)
보드카는 곡물, 감자, 포도 등
다양한 원료에서 만들지만,
매우 높은 도수로 정제하여
중성적이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대부분 컬럼 스틸로 증류되며,
차콜 필터링으로
불순물 제거 후 병입한다.
일부 프리미엄 보드카는
감자 또는 포도 원료의
섬세한 뉘앙스를 품고 있다.
향료 증류주(Flavoured Spirits)
진(Gin)
진은 기본적으로 중성 증류주에
향신 식물(botanicals)을 더한 술이다.
주요 향은
주니퍼 베리(juniper berries)에서 나오며,
코리앤더, 엔젤리카 뿌리,
감귤류 껍질 등이 함께 쓰인다.
컴파운디드 진(Compounded Gin):
단순히 향만 첨가한 진
디스틸드 진(Distilled Gin):
향신 식물을 담궈 다시 증류
런던 드라이 진(London Dry Gin):
첨가물 없이 드라이하게 마무리되는
고급 스타일
아니스 향 증류주 (Anise-flavoured Spirits)
파스티스(Pastis)는
아니스(anise)와 다양한 허브로 만든
프랑스식 증류주다.
우조(Ouzo), 압생트(Absinthe) 등도
이 계열에 속하고, 강한 감초 향이 특징이다.
증류주의 스타일, 그 너머
브랜디에서 보드카까지,
증류주는
단순히 증류된 알코올이 아니라,
재료, 방식, 지역 문화가 쌓여 만들어낸
입체적인 결과물이다.
포도는 브랜디로,
보리는 위스키로,
아가베는 데킬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그 한 잔 안에는 수확의 계절,
증류소의 공기, 오크통의 냄새,
그리고 장인의 손끝이 녹아 있다.
한 잔의 증류주는
말 그대로 농축된 세계라 할 수 있다.
이제는 한 잔을 마셔 볼 때마다
그 향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입 안에서 더 천천히
펼쳐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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