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테른(Sauternes), 토카이(Tokaji),
아이스와인(Icewine)의 여운
스위트 와인(Sweet Wines)은
단순히 ‘달콤한 와인’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결을 건드리는 마법 같은 한 모금,
그리고 정교한 자연의 개입과 인내의 산물이다.
마시는 이의 기분을 위로하고,
때로는 식사의 피날레를 아름답게 장식하며,
잔 끝에 남는 긴 여운은
강한 레드 와인 못지않은 존재감을 남긴다.
이 글에서는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다양한 방식,
대표적인 세계 각지의 스타일,
그리고 그 와인이 주는
감각적 경험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세 가지 방식
스위트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포도의 당분을
완전히 발효시키지 않거나,
당분이 이미 매우 높은 상태의 포도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방식이 사용된다.
① 발효 중단
(Interrupting the Fermentation)
효모가 당을 모두
알코올로 전환하기 전에
인위적으로 발효를 멈추는 방식이다.
황산화물(SO₂)을 첨가하거나,
정밀 필터로 효모를 제거하기도 하고,
알코올 강화를 통해
발효를 멈추기도 한다.
(예시 : 포트(Port) 와인)
이 방식은
주로 무스카(Muscat) 품종을 사용한
강화 와인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스카 드 보움 드 베니스
(Muscat de Beaumes-de-Venise),
루터글렌 머스캣(Rutherglen Muscat)
등이 있는데,
향긋하고 풍부한 과일 향이 있고,
때로는 오크 숙성으로 깊어진
캐러멜, 무화과, 너트 노트를 보여준다.
② 당분 농축
(Concentrating the Sugars)
자연의 조건이나 기술을 활용해
포도 내 당분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 건조 방식 (Dried Grape Wines)
포도를 수확 전 또는 후에
건조시켜 수분을 날리고
당분을 농축한다.
→ 주로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가능하다.
예로는 이탈리아의
파시토(Passito), 레치오토(Recito)
등이 있고,
향은 무화과, 건자두, 꿀, 토피(호두),
초콜릿, 진한 스파이스 향이 난다.
■ 동결 방식 (Frozen Grape Wines)
포도가 자연 상태에서
얼었을 때 수확하여,
얼지 않은 당 성분을 짜내는 방식이다.
→ 낮은 온도와 긴 수확 타이밍이 필요하다.
예시로 캐나다, 독일의
아이스와인(Icewine)이 있다.
특성은 신선한 산도, 꿀 같은 질감,
복숭아·배·감귤 등
과일 향이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③ 귀부병 (Noble Rot, Botrytis cinerea)
스위트 와인의 세계에서
가장 극적이고 섬세한 방식이다.
귀부병은
Botrytis cinerea라는 곰팡이로,
포도 껍질을 천천히 침식해
수분을 증발시키고
당분과 산을 농축시킨다.
이 방식은 조건이 까다롭고
성공률이 낮아
가장 희귀하고 고급스러운
스위트 와인을 만들어낸다.
꿀, 살구잼, 오렌지 마멀레이드,
버터 토스트, 견과류,
버섯, 짚, 꿀광석 같은 독특한 풍미가 난다.
세계의 대표적인 스위트 와인들
소테른(Sauternes, 프랑스)
보르도 남쪽
그라브(Graves) 지역 내
소테른 AC에서 생산된다.
주로 세미용(Sémillon),
보조적으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품종으로 생산되며,
귀부병으로 인한
복합미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살구, 벌꿀, 바닐라, 견과류, 토스트,
때로는 상큼한 신맛이 길게 이어진다.
보통 10년 이상 숙성되며,
크렘 브륄레, 마른 잎, 가죽의
복합미로 발전한다.
대표 와인으로
샤토 디켐(Château d’Yquem)이 있고,
전설적인 스위트 와인이라 할 수 있다.
토카이 아수(Tokaji Aszú, 헝가리)
헝가리 북동부
토카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푸르민트(Furmint),
하르슈레벨뤼(Hárslevelű) 등의
품종을 사용하며,
푸토뇨스(Puttonyos) 단위로
단맛을 표기(3~6)하는
당도 체계를 갖고 있다.
오렌지 껍질, 꿀, 커스터드,
버터 토스트, 너트, 향신료
등의 풍미를 낸다.
→ 전통적인 오크 숙성,
수십 년 동안의 병 숙성이 가능한
강한 구조감을 지닌다.
BA/TBA
(Beeren-/Trockenbeeren-Auslese, 독일)
독일의 라인가우(Rheingau),
모젤(Mosel) 지역에서 생산된다.
주로 리슬링(Riesling) 품종을 사용하며,
TBA는 건포도 상태의 포도만
선별 수확하여 만든
가장 달고 진한 스타일이다.
복숭아, 파인애플, 드라이 허브,
꿀, 시트러스, 스모키한 미네랄 풍미를 풍긴다.
→ 고산도와 농밀한 당도 사이의
완벽한 균형이 이뤄진다.
아이스와인
(Icewine, 캐나다/독일/오스트리아)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독일 라인가우 등에서 생산된다.
리슬링, 비달 블랑(Vidal Blanc)의
품종을 사용하고,
농축된 사과, 복숭아, 감귤,
살구, 꿀, 시럽 등의 풍미가 있다.
매우 적은 수확량으로
생산에 비용이 많이 드는 특징이 있어
귀한 디저트 와인으로 인기가 있다.
스위트 와인의 특별함은 어디서 오는가?
단맛은 가장 원초적인 미각이지만,
스위트 와인의 단맛은 복합성과 균형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단맛만이 아닌, 산도와 구조감이 함께할 때
비로소 예술이 된다.
와인 한 병을 만들기 위해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곰팡이 핀 포도를 선별하거나,
겨울 새벽 혹한 속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면
단순히 달달한 와인 한잔의
가치만 지닌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노고와 자연의 협업이
스위트 와인 한 병 안에 녹아 있다.
즉, 스위트 와인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다.
자연의 마법과 인간의 정성이
조화를 이룬 결과물이며,
오랜 기다림 끝에 완성된 여운의 결정체다.
달콤함은 누구나 좋아하지만,
그 달콤함 속에 깊은 산도,
오랜 숙성, 자연의 흔적,
장인의 고집이 함께 담겨 있을 때,
비로소 ‘기억에 남는 단맛’을 경험하게 된다.
스위트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결국 한 잔 안에 담긴
수고와 기다림,
그리고 섬세함을 마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운은 잔이 비워진 뒤에도
오랫동안 깊은 마음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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