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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s and Spirits

19. 셰리(Sherry)와 포트(Port) – 시간과 산화가 만들어낸 깊이의 미학

by 아콩대디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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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Fino), 아몬티야도(Amontillado),

빈티지 포트(Vintage Port)의 품격

강화 와인(Fortified Wine)은 

와인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알코올을 첨가해 발효를 멈추거나, 

더 오래 보관하고 숙성할 수 있도록 만든 

이 스타일은 

시간과 숙성, 산화의 미학을 보여준다. 

 

셰리(Sherry)와 포트(Port)는 

이러한 강화 와인의 대표주자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기후, 문화, 전통이 응축된 

예술품 같은 존재다.

 



셰리(Sherry) 

– 솔레라(Solera)에서 흐르는 시간

 

셰리는 스페인 남부 

헤레스(Jerez) 지역에서 생산되는 

강화 와인이다. 

 

주로 팔로미노(Palomino) 품종을 사용하며, 

발효가 끝난 후 

알코올을 첨가해 와인을 강화시키고,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 

다양한 스타일로 나뉘게 된다.

셰리 생산 방식의 핵심은

솔레라 시스템(Solera System)이다.


셰리는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산화를 일부 허용하거나 막아가며 

스타일을 나눈다.

‘솔레라 시스템’은 

여러 빈티지를 섞는 방식으로, 

아래 통에서 와인을 꺼내면 

그 위의 와인이 내려오고, 

최상단에는 새 와인이 채워지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일관된 스타일과 

복합적인 풍미가 유지된다.

셰리의 주요 스타일은

피노(Fino) & 마사니야(Manzanilla)이며,
밝은색, 드라이,

낮은 알코올(약 15%)의 특징을 지닌다.

숙성 중 와인 표면에

플로르(Flor)라 불리는

효모층이 형성되어 산화를 막고,

특유의 견과류, 브레드,

아몬드, 감귤류 향을 형성한다.

신선함이 중요하기 때문에

차갑게 서빙해야 하며,

개봉 후에는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좋다.



아몬티야도(Amontillado)는

피노 또는 마사니야에서 출발하여

플로르가 사라진 후

산화 숙성이 추가된 것이다.

깊은 호박색, 중간 바디, 

토피넛 향과 함께 구조감이 강조된다.

일부는 병입 전 약간 단맛을 더해

상업적으로 판매하게 된다.



올로로소(Oloroso)는 
플로르 없이 숙성하여

산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짙은 갈색, 풀바디,

고알콜(18% 이상)의 특징을 지니고,
구운 견과류, 커피, 가죽, 육즙 등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크림 셰리(Cream Sherry)는
아몬티야도나 올로로소에

농축 포도 주스를 첨가해

단맛을 더한 스타일이다.



페드로 히메네스(PX, Pedro Ximénez)는
PX 포도를 건조시켜

당을 농축한 후 만든

최고로 달콤한 셰리라고 할 수 있다.

자두, 무화과, 건포도, 시럽, 초콜릿 같은

농밀한 단맛이 난다.

종종 아몬티야도나 올로로소를

단맛 있게 만들기 위한

블렌딩용으로도 사용된다.

 



포트(Port) – 단맛과 구조감의 완벽한 결합

 

포트 와인은 

포르투갈 북부의 

두오루(Douro) 지역에서 생산되며, 

발효 중간에 브랜디를 첨가해 

발효를 멈추고, 당분을 남긴 채 병입한다.


이러한 방식은 

포트 와인을 풍부한 당도, 

높은 알코올(20% 전후), 

강한 구조감을 가진 스타일로 만든다.


포트 와인의 제조


검은 포도 품종을 블렌딩해 사용한다.

(투리가 나시오날, 틴타 로리즈 등)

발효 중 당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주정을 첨가하여 발효를 중단한다.

이후 오크 숙성 또는 병 숙성을 통해

스타일이 나뉜다.

포트 와인의 주요 스타일로는

먼저 루비 스타일(Ruby Style Port)이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 저렴한 포트 와인이다.

3년 미만 숙성 후 병입하고

과일향 중심으로

강렬하고 단순하다는 특징이 있다.

루비 포트(Ruby Port),

리저브 루비(Reserve Ruby) 등이

주요 예라고 할 수 있다.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LBV, Late Bottled Vintage)는
단일 해 수확 포도로 만든

고급 루비 포트 와인이다.

4~6년 오크에서 숙성하며

일부는 필터링 없이 병입하여

숙성 잠재력 높다.

체리, 자두, 블랙베리향과

향신료, 부드러운 타닌이 특징이다.



빈티지 포트(Vintage Port)는
가장 고급 포트 와인으로

 최상급 포도밭 단일 해 수확하여 만든다.

오크 숙성은 짧고, 병 숙성으로

수십 년 동안 숙성하게 된다.

짙은 과일(체리, 블랙베리),

스파이스, 가죽, 커피의 풍미가 난다.

병입 후 침전물이 많아 디캔팅 필수다.



토니 스타일 (Tawny Style Port)은 
오크통에서 장기 산화 숙성하여

연한 호박색을 띈다.

호두, 캐러멜, 커피, 초콜릿,

마른 과일, 산화된 향의 풍미가 흘러나오며
숙성 기간에 따라
10, 20, 30, 40년

숙성 토니 포트

(Tawny Port with Indication of Age)로

분류 체계가 잡혀있다.

병입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라벨에 명시된 병입일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화 와인의 특별한 가치

 

셰리와 포트 와인은

흔히 ‘노인네 와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이 두 와인은 

오히려 전통을 뛰어넘는 

창의성과 인내, 

시간과 산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엄격한 품질 관리에서 오는 

경이로운 복합미를 가진다.

식전주로 피노(Fino), 견과류와 함께

아몬티야도(Amontillado),
진한 초콜릿 케이크와 함께

빈티지 포트(Vintage Port)를 곁들여보면

오해를 충분히 풀 수 있을지 모른다.

 

셰리와 포트 와인의 깊이와 정교함은

‘고풍스러움’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질 것이다.

강화 와인은 오래된 술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이해하고,

기다릴 줄 아는 술이다.


셰리의 솔레라 시스템에서 

흐르는 시간, 

포트의 병 속에서 농축되는 여운.

 

이 모든 것이 한 모금 속에 녹아 있다.

 

가끔은 마시고 취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셰리와 포트 와인은

깊으면서도 농후한 취기를

선사 해줄지도 모르겠다. 🍷

 

꾸준히 사랑받는 와인에는

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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