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삶
우리 모두는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다.
방에 들어갔는데 왜 왔는지 까먹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것 등
하지만 이건 단순 건망증이 아니다.
『기억의 뇌과학』 에서는
이런 일상적 경험들이
뇌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되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기억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숲과 같다.
잘 가꾸면 풍성해지고,
방치하면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주의 집중이 기억의 시작이다
기억을 향상시키는 첫 번째 조건은
'주의 집중'이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접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뇌는 그것을
기억의 후보로조차 삼지 않는다.
주의는 마치 씨앗을 심는 것과 같다.
그 순간 얼마나 몰입했느냐가
기억의 품질을 좌우한다.
예를 들어,
부엌에서 안경을
가져오기로 했던 기억은
침실에서 떠올리기 어렵다.
왜일까?
그 기억은 침실의 책장,
침대, 벽지 색 같은 배경 속에서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심해잠수부 실험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단어를 해저에서 외운 잠수부는
해저에서,
해변에서 외운 잠수부는
해변에서 더 잘 기억했다.
기억은 맥락과 함께 저장되고,
맥락이 일치할 때
쉽게 불러낼 수 있다.
감정은 기억의 촉매다
기억은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분이 좋을 땐 좋은 기억이,
우울할 땐 나쁜 기억이
더 쉽게 떠오른다.
배우자에게 화가 난 순간,
과거의 잘못들이
줄줄이 떠오르는 것도
이런 맥락 기억 때문이다.
반대로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의 단점조차
귀엽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정은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다.
숫자를 외우거나
정보를 학습할 때
우리의 감정 상태, 주변 분위기,
냄새 등도 함께 저장된다.
이 단서들 중
하나만 활성화되어도
나머지 기억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스트레스,
기억을 파괴하는 조용한 재앙
스트레스는 기억력의 최대 적이다.
단기적인 급성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높여
기억을 강화할 수 있다.
시험 전 긴장감 덕분에
평소보다
더 잘 외우게 되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오히려 기억 형성을 방해하고,
기억을 떠올리는 능력까지
마비시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단기적으로는 집중력을 높여주지만,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해마의 신경생성을 방해한다.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이자,
알츠하이머에서
가장 먼저 손상되는 부위다.
만성 스트레스는
뇌를 원시적인 감정 모드에
고정시킨다.

사고하고 판단하는 대신,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에 지배당한 삶은
기억력 저하, 감정기복,
심지어 인지능력 퇴화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 기억의 저장 버튼
잠은 기억의 든든한 후원자다.
수면 중 뇌는
낮 동안 접한 정보를 재구성하고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며
중요한 기억을 강화한다.
특히 깊은 수면은
뇌 속의 아밀로이드를 청소하며
알츠하이머병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한다.
기억은 자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강화된다.
낮에 학습했던 신경회로가
수면 중 재활성화되며,
이를 통해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단단히 저장된다.
수면 부족은
기억의 저장과 회상을
모두 방해하며,
심하면 후향성 기억상실도
초래할 수 있다.
20분 낮잠만으로도
기억력이 16% 향상된다.

여기에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면
더 효과적이다.
일명 '나푸치노'는
카페인이 작용하기 전
20분 동안 짧게 자고 일어나면
두뇌가 상쾌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음식과 운동, 뇌 건강의 기둥
지중해식 식단이나
MIND 식단은
기억을 보호하는 데 탁월하다.
녹색 채소, 베리류,
생선, 통곡물 등은
뇌의 염증을 줄이고
신경세포의 건강을 돕는다.
반면, 술과 초콜릿의
기억 보호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수면의 질을 방해할 수 있다.
유산소 운동은
해마의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한다.

매일 빠르게 걷기만 해도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40% 줄어든다.
운동은 뇌에 산소를 공급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며,
기억을 오래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인지적 비축률,
뇌를 위한 예비자산
치매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의
뇌를 조사해보면,
그들은 '인지적 비축률'이 높다.
다시 말해, 예비 시냅스가 많아
손실이 일부 생겨도
대체 경로로
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비축분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는
경험에서 쌓인다.
퍼즐만 푸는 것보다 여행을 가고,
악기를 배우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책을 읽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뇌는 반복보다
자극과 다양성을 먹고 자란다.
기억을 위한 16가지 실천법 요약
1. 주의 집중: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2. 시각화:
형광펜, 그림 등으로 강조하자
3. 의미 부여:
스토리텔링으로 강화
4. 상상력 활용:
기상천외한 이미지일수록
기억에 남는다
5. 공간 활용:
기억의 궁전을 만들어보자
6. 자기화:
나의 이야기와 연결짓기
7. 감정 활용:
극적인 설정은
편도체를 자극한다
8. 변화 주기:
일상에 새로운 자극 주기
9. 반복 학습:
연습은 완벽을 만든다
10. 단서 활용:
향기, 소리, 장소 활용
11. 긍정적 태도 유지
12. 외부 보조장치 활용:
메모, 앱, 알람 등
13. 맥락 일치시키기
14. 스트레스 관리하기
15. 숙면 유지
16. 사람 이름은
이미지와 연결해 외우기
기억은 우리 전부가 아니다
이 책은 단지
'기억력 향상법'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
기억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사랑은 남는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할머니가
우리를 사랑했다는 사실만큼은
선명히 남아 있다.
기억은 전부이면서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 역설 속에서
우리는 '사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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