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성향의 근본을 파헤치다
: 뇌, 호르몬, 그리고 심리생리학
우리는 보통 정치성향을
‘생각’이나 ‘이념’에서
비롯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한 걸음 더 깊숙이 파고든다.
정치성향은 단순한 사상 문제가 아니다.
뇌의 구조, 호르몬 분비,
심리생리학적 반응,
그리고 유전자와
후성유전적 변화까지
밀접하게 얽혀 있다.
행동을 결정짓는 생물학적 차이는
뇌와 신경계뿐만 아니라
도파민, 바소프레신 같은
호르몬, 피부전기반응(EDA)처럼
측정 가능한 생리적 반응에도
뿌리를 둔다.

작은 생화학적 차이가
사람마다
전혀 다른 정치적 태도를
유발할 수 있다.
뇌 구조와 정치성향의 관계
MRI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뇌와 정치 성향 사이의
놀라운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예를 들어,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이나 변화에 직면했을 때
전대상피질(ACC)이 활성화된다.
이는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려는
성향과 연관된다.
반면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감정 처리에 관여하는
편도체의 회백질 밀도가 더 높다.
이들은 불안과 위협에 민감하고,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중시한다.

진보주의자는 낯선 것에 더 개방적이고,
보수주의자는 익숙하고
질서 정연한 것을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뇌 구조에서 비롯될 수 있다.
심리생리학
: 감정과 행동의 연결 고리
감정이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 역시
정치 성향에 깊숙이 개입된다.
뇌가 두려움, 분노, 혐오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가 형성되기도 한다.
심리생리학자들은
피부전기반응(EDA)을 통해
이 과정을 연구한다.
혐오나 불쾌함을 느낄 때
손바닥의 땀샘이 활성화되며
피부의 전도성이 증가한다.
이 반응은 보수주의자가
위협적인 자극이나 규범 위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활용된다.

이와 관련해 보수주의자는
동성혼, 이민자 수용, 인종적 다양성
등에 대해
더 부정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뇌의 자동적
생리적 반응이기 때문이다.
유전자도 정치성향을 결정한다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는
정치성향을 좌우하는
유전적 기초 또한 다룬다.
들쥐의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AVPR1a),
초파리의 짝짓기 행동을
결정하는 유전자,
은여우의 사회성 유전자 등
다양한 동물 연구가
인간 행동의 유전적 기반을 시사한다.
인간에서도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DRD4)의
특정 대립유전자가
탐색행동과 새로운 경험 추구와
연결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흥미롭게도
이런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진보적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피트 하테미의
전장유전체 연구에 따르면,
정치 성향과 후각·미각의 민감성까지도
유전적 상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가
정치적 견해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쌍둥이 연구:
유전자 vs 환경 논쟁의 핵심
정치성향 연구에서
쌍둥이 연구는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공한다.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정치적 태도가 훨씬 더 유사하다.
이는 환경이 아닌
유전적 요인이
정치성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유전이 전부는 아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라도
성장한 환경, 사회적 경험,
만나는 사람들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유전자는 '경향성'을 제공할 뿐,
최종 결정은
개인의 경험 속에서 다듬어진다.
후성유전학
: 경험이 유전자 위에 남기는 흔적
최근 각광받는 후성유전학은
환경과 유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한다.
DNA 염기서열은 변하지 않지만,
메틸기 같은 화학적 변화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
부모 세대에서
특정 자극에 의해 형성된
후성유전적 변화가
후대에도 일정 정도 전달된다.
예를 들어
생쥐가 특정 냄새에
공포를 느끼도록 학습되면,
그 후손도 동일한 냄새에
공포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처럼 후성유전은
학습된 행동이
어느 정도 세대를 넘어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태도에서도
부모의 태도, 집단의 문화,
경험된 사건들이
후성유전적 변화를 만들어
정치성향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런던 택시 운전사와
초파리가 알려주는 경험의 힘
런던의 택시 운전사 연구는
환경이 뇌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오랜 기간
복잡한 런던 지리를 익힌
택시기사들은
후위 해마 부피가
일반인보다 현저히 컸다.
놀랍게도 초파리 실험에서도
유전자가 삽입되지 않은 암컷이
유전조작된 수컷을 관찰하면서
짝짓기 행동을 흉내 내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경험이 유전자 수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놀라운 사례다.
유전과 환경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결국 유전과 환경은 상호보완적이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에서
정치적 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동은 유전자, 후성유전,
뇌화학적 특성, 사회문화적 경험이
얽혀 만들어진다.
정치성향도
이 복잡한 작용의 산물이다.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우리에게 정치적 의견이
단순한 이념적 토론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깊은 곳에서부터 기인한
심리적, 생물학적, 사회적 시스템의
산물임을 일깨운다.
그래서 때론 상대의 견해를
이해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정치성향, 숙명인가 선택인가?
정치 성향은
단순히 유전자의 명령이나
사회적 세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전적 기초 위에
경험이 쌓이고,
이 둘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현재의 정치적 태도가 형성된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생물학적 본성과
환경 속에서 선택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정치적 대화에서
서로의 차이를
단순한 ‘생각 차이’로만
폄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다른
뇌와 호르몬,
경험을 가진 존재이기에,
세계를 보는 방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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