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은 회갑을 맞아
스스로의 묘비명을 남기며 말했다.
"하늘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책을 불살라버려도 좋다."
수많은 저술과
실학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가 마지막에 도달한 공부는
자신을 다스리는 공부,
바로 마음공부였다.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으로
널리 알려진 실학자 다산이
평생을 두고 갈고 닦은 궁극의 공부는
결국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일이었다.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는다는 말은
맹자의 고자장구에도 등장한다.
사람들은 달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급히 찾으려 하지만,
정작 잃어버린 마음은
찾으려 하지 않는다.

학문이란
결국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라는 문장은
다산의 공부관을 온전히 설명해준다.
그는 유배 시절
소학과 심경에 심취하여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다듬었다.
소학으로 외면을 다스리고
심경으로 내면을 닦는
이 공부는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매일의 삶을 통한
치열한 자기 수양이었다.
겨울 얼음 위를 건너듯
살아가는 법
사람의 마음은 늘 위태롭고
감정과 욕망은 끊임없이 요동친다.
기쁠 때 지나치게 기뻐하고,
화가 날 때 쉽게 분노하며,
슬픔이 닥치면 곧 무너진다.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려 애쓰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중요한 것은 억누름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다.
화가 치밀 때 숨을 고르고,
슬픔이 몰려올 때 주위를 관조하며,
쾌락이 유혹할 때
잠시 멈춰 서는 이 습관이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는 비결이다.
이처럼 한 걸음 물러서는 힘은
평범한 사람도 일상 속에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것이다.
매몰되지 않고 물러서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자신의 행동이
옳은지를 돌아보게 한다.

부끄러운 일이라면 멈추고,
떳떳한 일이라면
과감히 계속하면 된다.
성인만이 이룰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
어제보다 조금 나은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신독,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치열한 태도
신독이란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단정히 행동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지난 행동을 되짚어볼 때
부끄러움이 드러나는 것,
바로 그 양심을 지키는 태도이다.
다산은 신독을
'자기 홀로 아는 일에서도
삼가며 스스로를 살피는 것'
이라 했다.
이는 외부의 감시가
사라진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려는 치열함이다.
삶은 결코 늘 당당할 수만은 없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의 비겁함과 타협하며
그 안에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이다.
비범함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무수한 평범함이
쌓여 만들어진다.

주역의 변화처럼
삶도 끊임없이 흐르고 변한다.
물에 잠긴 용이
아직 드러나지 않듯이
때로는 물러서고,
때로는 나서야 하며,
기회가 오면 도약하고,
그 기회마저 없을 때는
차분히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상보다 일상에 몰두하라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대단한 수양법을 찾기보다는
일상의 작은 습관이 마음을 지킨다.
좋은 책을 읽고, 사람을 존중하며,
작은 욕심을 비워내는 것이야말로
마음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마음은 비우기보다
채우는 과정이다.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좋은 습관으로 일상을 채워야 한다.
맹자는 말했다.
"스스로 해치는 자와는 말할 수 없고,
스스로 포기한 자와는 함께할 수 없다"
실패보다 위험한 것은
자포자기다.
삶의 실패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스스로를 포기하는 순간
더 이상 일어설 수 없다.

아집을 버리고
무아의 경지에 이를 때
사람은 비로소 타인을 이해하고,
큰 것을 얻게 된다.
손해 보더라도
사람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
더 큰 복을 가져다준다.
마음의 중심을 세우는 공부
공부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다듬는 일이다.
성찰 없는 공부는 독이 되고,
비판 없는 독서는 공허하다.
마음은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다산은 마음조차
훈련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끊임없는 자기 돌아봄이 쌓여야
비로소 중심이 세워진다.
사는 대로 생각하면
사람은 멈춘다.

무난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가장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성찰과 반복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자란다.
나를 만들어가는 것은
오롯이 나 자신의 몫이다.
진정한 어른이란 누구인가
다산이 말하는 어른이란
사소한 일상에서도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겉모습과 속마음이 일치하고,
바르고 강직하되
교만하지 않으며,
유연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군자다.
바름에만 집중하면
사람을 쉽게 정죄하고,
수양만 강조하면
우유부단해진다.
겉과 속이 조화를 이루어야
참된 사람이 된다.
무엇보다 마음이 흔들릴 때
잠시 멈춰
자신을 정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허물고
다시 세우는 과정을 매일 반복하며
끊임없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덜어낼 줄 알아야 본질이 드러나고,
버릴 것을 버려야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
아집을 내려놓고
사람을 얻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참된 인(仁)이 자리 잡는다.
삶을 지켜내는
가장 오래된 공부
다산이 말년에 도달한 이 공부는
결국 인간으로서
가장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간다.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고난과 유혹,
욕망과 두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마음을
가다듬는 사람만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맞을 수 있다.
평생 실학을 연구하며
세상의 제도를
고치고자 했던 다산이
끝내 도달한 마지막 공부는
결국 자신을 닦아내는 공부였다.

이 치열한 마음공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변함없는 가르침을 건넨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감정을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보고,
욕심을 덜어내고,
겸손하게 자신을 수양하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다산이 말한 군자의 길을 걷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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