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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갈등은 어디서 비롯되나

by 아콩대디 202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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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 혼란의 와중에는

언론인을 향한 폭력,

판사에 대한 위협,

체포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있었다.

 

 

 

정치적 갈등이

이토록 물리적인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근본적인 성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이 질문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다. 

 

문화나 환경이 아닌, 

인간의 심리적, 생물학적, 

유전적 기질이 

정치적 입장을 좌우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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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그간 우리가 믿어온 

'정치는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

이라는 통념을 뒤집는다. 

 

이 책은 

정치가 단순한 사회 시스템이나 

의견의 교환이 아닌,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을 통해 

독자의 시선을 근본으로 돌려놓는다.

 



보수와 진보의 

본질은 무엇인가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스펙트럼은 

단순한 이념의 차원이 아니다. 

 

보수는 전통과 위계를, 

진보는 변화와 공정을 상징한다. 

 

이는 마치

내집단과 외집단 사이의 

선호를 결정짓는

일종의 본능과도 같다.

 

 



역사적으로 사회를 지배해온 

다수 집단을 우선시하는 이들이 

보수 성향에 가깝고, 

반대로 소수자나 외부 집단에 대한 

포용을 중시하는 이들은 

진보에 가깝다. 

 

이 성향은 

단지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기본값’과 같은 

생물학적 기반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단순히 책상 앞에서 

내린 결론이 아니다. 

 

저자들은 뉴욕시립대와 같은 

사례를 통해, 

젊은 시절 진보적이었던 인물이 

시간이 흐르며 

보수로 전향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 변화는 

특정한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정된 생물학적 성향이 

특정한 방향으로 반응한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개인의 정치 성향도 

진화할 수 있지만, 

그 방향은 항상 일정하지 않으며 

기질과 환경의 

복합적 작용 속에서 나타난다.

 



생각을 지배하는 힘, 

그리고 무의식

 


사람은 자기 생각을 

스스로 결정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이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이 믿음이 얼마나 허약한지 보여준다. 

 

 

 

우리의 의식은 

무의식의 산물이다. 

 

예컨대 악취 나는 방에 있을 때 

사람은 도덕적 판단에 

더욱 엄격해진다. 

 

손소독제가 가까이 있을 때 

더 보수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우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단지 정책이나 

언변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바로 그런 감각 자극, 

무의식적 판단, 몸의 상태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교회에서 투표할 때 

보수적 후보를 

지지할 확률이 높아지고, 

 

배고플 땐 복지 정책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된다. 

 

 

 

우리가 논리적이라고 믿는 

수많은 결정들이

실제로는 무의식적 자극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은

정치의 복잡성과

인간 행동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 생각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그 시작은 의식이 아닌, 

뇌 깊숙한 곳의 무의식, 

나아가 유전자에 있을 수 있다.

 



유전자, 감정, 그리고 정치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은 

인간의 유전자가 

단지 신체적 특징만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정치적 성향은 

경제적 선호보다도 

유전자와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놀랍게도, 

성격 특성이 유사한 사람과 

짝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지만,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사람과는 

결혼하거나 교류할 가능성이 높다. 

 

친구, 연인,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정치적 일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단지 

‘의견 차이’ 때문이 아니다. 

 

사회적 생물로서 

우리는 정치적 생물이기도 하며, 

그 본질은 

무의식적, 감정적 반응에서 

비롯된다.

감정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이다. 

 

 

최근 심리학은

'뜨거운 인지(hot cognition)'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이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믿는 그 순간조차

감정이 판단을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이 정치적 논쟁에서

이성이 아닌 감정이 앞서는 이유다.

 

특히 선거와 같은

집단적 결정을 앞두고는

감정의 파도가 여론을 움직이고,

그 여론이 또 다른 행동을 유도한다.

 



딜레마로서의 정치

 

책은 정치가 곧

‘근본적인 딜레마’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즉, 어떤 리더십을 원하고,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며,

외부 집단을 환영할 것인지,

규범 위반자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 것인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각각 고유한 방향성을 가진

성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파르타와 아테네, 

옵티마테스와 포플라레스, 

보수와 진보라는 대립은 

단지 시대별 이름의 차이일 뿐, 

본질은 유사한 딜레마를 향한 

서로 다른 반응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인간은 비슷한 상황에 대해 

반복적으로 대립하며, 

그것이 정치적 진영을 나누고 

사회 구조를 형성해온 셈이다.

 



변화는 가능한가



이 책은 끝내 한 가지를 강조한다. 

 

정치 성향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그것이 곧 운명은 아니라는 것이다.

 

타고난 성향은 기본값일 뿐이며, 

환경과 경험, 사회적 맥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실제로 사회적 네트워크, 교육,

직업 환경 등은

개인의 정치적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기존의 성향을

완전히 뒤집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대한 유조선을 방향 전환하듯, 

오랜 시간과 집중, 

경험의 누적이 필요하다.

 

 

 

정치적 전향은 

그만큼 드물고 특별한 사건이며, 

그 드문 예외가 

더더욱 눈에 띄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적 태도는 

마치 기후와 같아서 

순간의 날씨 변화는 많지만, 

장기적인 기후 변화는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진행된다.

정치는 사회를 조직하는 힘이자, 

인간 본성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우리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투표하며, 

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지를 

생물학과 심리학의 렌즈로 풀어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이해하려는 태도일 것이다. 

 

이해는 변화의 시작이고, 

그 이해는 이성과 감정, 

무의식과 유전의 

복잡한 구조 안에서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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