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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s and Spirits

4. 와인 라벨 읽는 법 : 병 라벨 속에 숨겨진 이야기

by 아콩대디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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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지역, 품종, 생산 방식까지

한눈에 읽는 와인 정보

와인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병에 붙은 라벨이다. 

 

한 병의 와인에는 

브랜드 로고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와인이 언제, 어디서, 

어떤 품종으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정보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처음 와인을 접하는 사람에게는 

이 정보들이 

다소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와인 라벨에 담긴

정보를 이해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브랜드와 생산자 이름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보통 브랜드명 혹은 생산자 이름이다. 

 

유명한 와인의 경우, 

생산자의 이름이 곧 신뢰와 직결되며, 

브랜드 그 자체가 

품질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대형 유통업체나 마트가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

(‘buyers-own-brand’)도 있으며, 

이 경우 라벨 디자인은 비슷해 보여도 

와인의 품질이나 스타일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샤르도네, 시라즈 같은 품종명이나, 

샹블리, 산세르 같은 지역명이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름으로 작용해

일종의 ‘맛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해 주는 역할을 한다.

 



빈티지(Vintage) – 수확 연도

 

와인 라벨에 적힌 해(연도)는 

포도가 수확된 연도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와인은 

수확 후 1~2년 내 마시는 것이 좋지만, 

일부 숙성 잠재력이 높은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품질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보르도 와인의 경우, 

2009년은 

날씨가 매우 좋았던 해로 평가받아 

2007년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북반구(프랑스, 독일 등)와 

남반구(호주, 칠레 등)는 계절이 반대이므로, 

같은 연도라도 수확 시점이 

약 반년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남반구 와인은 

상대적으로 더 신선한 스타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유럽 와인의 라벨 체계 – PDO와 PGI


유럽연합(EU)에서는 

와인의 지리적 구분과 품질을 

표시하기 위해 

‘지리적 표시 제도’를 운영한다.



PDO (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가장 엄격한 분류로,

특정 지역의 포도, 전통 방식,

품종, 생산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프랑스의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이탈리아의 DOCG,

독일의 Qualitätswein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당 지역명으로 라벨링할 수 있으며,

그 지역 특유의 스타일과 품질을 보장한다.

PGI (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PDO보다는 덜 엄격하지만

여전히 일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품종이나 생산 방식에서

더 많은 유연성을 가지며,

라벨에 ‘Vin de Pays’(프랑스),

‘IGP’(이탈리아), ‘Landwein’(독일)

등으로 표기된다.

이 두 가지 체계는 

와인의 출처와 신뢰도를 보장하며, 

특히 유럽 와인의 라벨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된다.

 




비EU 국가 와인 – 지역과 품종의 자유

 

비유럽 국가에서는 

지리적 명칭보다는 

포도 품종이나 스타일이 강조된다. 

 

예를 들어 ‘South Eastern Australia’,

‘Napa Valley’ 같은 지역 이름과 함께

‘Chardonnay’, ‘Cabernet Sauvignon’ 등의

품종명이

전면에 표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EU의 PDO 시스템과 달리

규제가 덜하고

생산자에게 더 많은 실험과 창의성을 허용한다.

또한, 일부 국가는 전통적인 용어 대신 

영어 번역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Red Wine’, ‘Medium Dry’,

‘Vintage’, ‘Hand-harvested’ 등이다.

 

와인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이런 표현들이 직관적일 수 있다.

 




스타일과 생산 방식

– Oak-aged, Unfiltered 등

 

라벨에는 종종 

와인의 스타일이나 양조 방식을 

나타내는 용어도 포함된다.

Oak-aged

오크통에서 숙성됨을 뜻한다.

 

오크통이 새 것이면

바닐라, 견과류, 토스트 같은

향이 도드라지며,

오래된 통이면

은은하고 부드러운 뉘앙스를 남긴다.

Barrel-fermented

발효 자체를 오크통에서 진행하여

더 깊고 복합적인 향을 부여한다.

Unfiltered

여과 과정을 생략해 풍미는 강하지만

병에 침전물이 생길 수 있다.

Vegetarian/Vegan

제조 과정에서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일부 와인에서는 정제 과정에서

계란흰자나 생선에서 추출한

젤라틴 등을 사용하지만,

이런 성분 없이 생산된 와인에는

비건 표시가 붙는다.

 



흔히 보이는 용어 정리

– 언어별 기본 용어표

 

유럽 와인을 구입하다 보면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아래는 흔히 볼 수 있는 

기본 라벨 용어 정리이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독일어
Red Rouge Rosso Tinto Rot
White Blanc Bianco Blanco Weiß
Dry Sec Secco Seco Trocken
Medium-dry Demi-sec Abboccato Semiseco Halbtrocken
Sweet Doux Dolce Dulce Süß
Vintage Millésimé Vendemmia Cosecha Jahrgang
Harvest Vendange Annata Vendimia Ernte


이 표 하나만 익혀도 

유럽 라벨의 80% 이상은 

해석이 가능하다.

 



생산자 유형

– Estate, Merchant, Co-operative

 

라벨에는 생산 방식에 따라 

다양한 용어가 붙기도 한다.

Estate

‘Château’, ‘Domaine’, ‘Weingut’ 등이다.

자가 포도밭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직접 양조한 와인이라는 뜻

Merchant

다른 농가에서 포도를 구입해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라는 뜻

Co-operative

여러 포도 농가가 공동 소유한

양조장이라는 뜻

 

라벨에 ‘Cave Coopérative’, ‘Cantina Sociale’

등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와인 라벨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다. 

 

와인의 출신, 품종, 스타일, 

그리고 생산자의 철학까지 

담겨 있는 하나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라벨을 읽는 방법을 익히면

와인을 고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마트의 와인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병의 와인이,

라벨을 이해하는 순간

더 깊은 이야기와 함께

다가오게 될지도 모른다.

 

병 너머의 배경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와인을 훨씬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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