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노트

[불행 피하기 기술] 감사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by 아콩대디 2025. 4. 23.
반응형

익숙함에 대한 저항과 감정의 이동

 

우리는 종종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는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무감각을 낳는다. 

 

그리고 그 무감각은 곧 무관심이 되고, 

무관심은 삶에 대한 감사를 잃게 만든다.

 

 

 


'불행 피하기 기술'에서 롤프 도벨리는

 

"당신의 일상을 상실했다고 상상해보라"

 

고 한다.

 

시력을 잃고, 청력을 잃고,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상황을 그려보라는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불편하고 두렵다.

 

하지만 그 상상 속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지금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이

얼마나 기적에 가까운 상태였는지를.

 


 

감사는 감정의 이동이다

– 생각이 아닌 느낌의 변화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의 존재를

'피투성(Das Geworfen-Sein)'이라 했다. 

 

우리는 원하지 않아도

이 세상에 던져져 살아간다. 

 

그리고 그 던져진 삶에서 중요한 것은,

'존재를 자각하는 일'이다.

 

감사란 바로 그 자각의 한 방식이다.

 

내가 지금 존재하고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특별한 기회임을

알아차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가 아니라,

존재론적 깨달음에 가깝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감정 전환을

'감정의 이동(emotional shifting)'

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단지 생각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서,

실제 뇌에서 처리되는

감정 상태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감사는 어떻게 뇌를 바꾸는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를 자주 실천하는 사람들은

불안과 우울의 정도가 낮고,

더 안정된 감정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뇌의 측좌핵(nucleus accumbens),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편도체(amygdala)와 같은

부위의 반응 변화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 UCLA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를 느끼는 순간 

뇌의 쾌락 중추가 활성화되며,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는 보상과 학습에 깊이 관련된 시스템이다. 

 

감사를 자주 느끼는 사람은 

결국 긍정적 경험을 더 잘 학습하고, 

기억하며, 반복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것이 바로 감사가 삶을 바꾸는 메커니즘이다.

 



감사는 연습이다 – 자동화되지 않는 감정

더욱 흥미로운 점은, 

감사는 뇌에서 '의도적으로' 

호출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감사할 수 있다.

 

상실을 상상해보는 훈련, 일기 쓰기,

감정을 말로 표현해보는 것,

또는 명상을 통해

현재를 체화하는 순간들이

뇌가 감사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모든 것이 감사를 끌어올리는

유효한 방법이다.

 

즉, 감사는 태어날 때부터

느끼는 본능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철학이 말하는 감사

– 익숙함을 다시 바라보는 힘

 

여기서 감사는

일종의 철학적 실천으로 확장된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매일 아침 죽음을 상기하며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내일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식 속에서

 

오늘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서였다.

 

이 역시 감사의 철학이다.

 

가진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전제로 하루를 시작할 때,

우리는 순간의 소중함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감사의 철학은 동양에서도 발견된다. 

 

불교에서는 '무상(無常)'을 가르친다.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진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가 마시는 

찻잔의 따뜻함이 모두 다 고귀하다. 

 

무상함 속에서 느끼는 현재의 소중함은 

곧 감사로 이어진다. 

 

불교 수행자들이 수행 중 

감사의 기도를 반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삶을 바라보는 방식으로서의 감사,

무뎌지지 않도록

감사는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다시 바라보는 방식이며, 

세상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이다. 

 

그리고 이 전환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단지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익숙한 것에서 눈을 돌리고, 

그 익숙함 속에

숨겨진 놀라움을 꺼내보는 것,

그것이 바로 '감사의 감각'이다.

 

하지만 이 감각은 쉽게 무뎌진다.

 

인간의 뇌는 반복되는 자극에 익숙해지고,

감정적 반응을 줄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감사를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감사를 연습해야 한다.

 

하루에 한 가지 감사한 일을 기록하거나,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직접 해보거나,

아침마다 내가 가진 것을 떠올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사소한 실천이

감사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감사의 사회적 확장성과 공동체적 의미

 

 

감사의 감각은 단지 

개인의 감정 상태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를 바꾸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며, 

나아가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작은 고마움의 표현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그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긍정을 전하는 연쇄 반응을 만들 수 있다.

결국 감사는 단지 '느끼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 

 

감정을 말로 옮기고, 태도로 실현하고, 

기억 속에 저장함으로써 

감사를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감사란 삶이 이미 충분하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더 많은 것을 갖기 전에도, 

더 나은 환경에 처하기 전에도, 

우리는 이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감정 훈련일지도 모른다.

익숙함에서 감사를 발견하는 사람은, 

일상에서도 경이로움을 발견할 줄 안다. 

 

감사를 연습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할 줄 안다. 

 

그러므로 감사는 

연습하는 자에게 더욱 충만히 주어진다. 

 

그것은 결국,

'가지고 있는 행복을 의식하는 법'

이기도 하다.

 

 


 

감사가 타인과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감사하는 마음을 자주 되새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배려도 커진다. 

 

나의 삶이 완전히 내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인정할 때,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와 도움에 대해 

더욱 더 고마워하게 된다. 

 

부모, 친구, 동료, 심지어 낯선 이의 

작은 호의까지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러한 감정의 확장은 

인간관계의 깊이를 만들어내고,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감사는 단지 나를 위한 정서가 아니라, 

결국 타인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사회적 감각인 셈이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이 

사실은 수많은 우연과 타인의 수고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감사는 시작된다. 

 

버스를 제시간에 타는 것, 

퇴근길에 누군가 문을 잡아주는 것,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까지.

 

그리고 그런 삶을

자각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지 않을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