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집값의 경제학』은
단지 부동산 가격 변동의 기록이 아닌,
땅이라는 자산이
경제 구조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땅이 어떻게
부의 축적과 불평등의
원인이 되어왔는지를
역사적, 제도적, 금융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설명하며,
땅과 주택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정치경제의 핵심 축이
되었는지를 짚어낸다.
움직이지 않는 자산, 땅의 힘
땅은 움직이지 않는
유일한 생산 요소로,
공급이 비탄력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곧 땅이 희소하고
독점적인 자원으로 기능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치가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경향을 만든다.
‘위치(location)’가
부동산의 생명이라는 말은
단지 중개업자의 슬로건이 아니라,
땅이 가진 본질적 특성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경제학적으로 땅은 지대를 낳는다.
이는 땅을 사용하는 대가로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비용이며,
주거지로서의 땅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지위재’로 기능한다.
특히 경제가 성장할수록
사람들은 더 넓고 좋은 위치의
공간을 원하게 되고,
이는 다시 땅의 희소성을 높이며
가격을 끌어올린다.
금융화된 땅:
주택담보대출과 가격 상승
70~80년대
신용대출시장 자유화는
땅의 금융화를 가속화시켰다.
은행은 기업에 대한 대출보다
담보를 가진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쪽이
더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이 폭증하고,
이는 땅값과 집값의 상승을 견인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물경제에 대한
생산적 투자보다는,
땅이라는 비생산적 자산에
투자가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땅을 기반으로 한 지대 수취는
자산 가격을 띄우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실제 경제 성장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는 부의 집중과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토지소유권과 민주주의:
자유인가 특권인가
다음은 땅이 어떻게
‘개인의 재산’이 되었는지를
철학자 로크의 사상에서부터
추적한다.

로크는
토지에 노동을 투입한 사람에게
소유권이 정당하다고 보았지만,
현실에서는 소수가 땅을 독점하고
그 위에서 지대를 수취하는
구조로 이어졌다.
토지소유는
자유의 상징이자
권력의 근원이었다.
역사적으로도 땅을 가진 자들이
정치권력을 손에 넣었고,
오늘날에도 땅주인은
강력한 이해관계자
집단으로 작용한다.
개발 반대자들이 지역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무주택자는 대표조차
가지지 못하는 현실은,
땅이 여전히 계급을 나누는
기준임을 보여준다.
땅의 경제사상:
잊혀진 생산요소
땅은 고전 경제학에서
중요한 생산 요소였지만,
자본과 결합되며
그 고유한 특성이 희석되었다.

산업화 이후 땅은
자본의 일부로 인식되었고,
경제학 이론에서 점차 배제되었다.
하지만 땅은 자본과 다르다.
움직일 수 없고,
감가상각이 없으며,
시간과 공간에 고정된
자산이기 때문이다.
헨리 조지는
이러한 땅의 속성에 주목하여
‘토지가치세’를 주장했다.
이는 땅 자체의
가치 상승분에 대해 과세하고,
대신 다른 모든 세금을
폐지하자는 개념으로,
불로소득을 억제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제안되었다.
지대의 힘과 불평등
경제성장과 도시화는
땅의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하지만 땅은
공급이 제한되어 있어
지대가 상승했고,
이는 부유한 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며
불평등을 확대했다.

특히 집값 상승이
노동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땅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지대는 원래
생산의 결과가 아니라
위치의 결과다.
즉, 어떤 생산 활동 없이도
지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로소득’이라 불린다.
이 구조는 결국
생산보다 소유가 더 큰
부를 가져다주는
구조적 불균형을 만든다.
땅은 누구의 것인가:
제도와 정책의 역할
정부는 지대를
완전히 없앨 수 없지만,
이를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토지세, 개발세, 공공임대주택 등은
땅의 독점으로부터 발생하는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도구다.
하지만 정치적 반발과
정책의 일관성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공공주택을 거주자에게
저렴하게 매각했던
80년대 대처 정부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주택소유자 수를 늘렸지만, 장
기적으로는 임대주택의 질 저하와
주거불안을 야기했다.
반면,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에 재투자하자는
전원도시운동이나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는
땅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된다.
주거자본주의의 현재와 미래
오늘날 집은
더 이상 단순한 거주의
공간이 아니다.
연금이 불안정하고
임금상승이 정체된 시대,
주택은 개인의 재무적 안정성을
책임지는 자산이자 투자처가 되었다.
이는 집을 보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자산격차를 확대시키고,
특히 청년층에게는
‘집을 갖는 것’ 자체가
인생의 최대 목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집값 하락은
기존 자산가들의 반발을 부르고,
이는 다시
주택공급 제한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저공급 균형’ 상태에
머무르게 되며,
집 없는 사람들은
점점 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땅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
『땅과 집값의 경제학』은
땅을 통해 자산과 권력,
그리고 불평등이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보여준다.
땅은 단순한
물리적 자산이 아니라,
법과 제도, 금융,
사회적 권력 구조가 결합된
복합적 자산이다.
이 책은
땅의 희소성과
가격 상승에 기생하는
불로소득 구조를 비판하며,
토지세와 공공정책이
불평등 완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집은
개인의 선택이자 자유이지만,
동시에 제도적이고
정치적인 선택의 결과다.
땅의 가치를
개인이 독점하는 구조가 아닌,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지 않는 한,
자산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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