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영향은 생각보다 작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수없이 많은 결정을 내린다.
어떤 유치원을 보낼지,
어떤 장난감을 사줄지,
모유 수유를 해야 할지,
영어 학원을 언제부터 시작할지 등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말한다.
"부모가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은
우리가 믿는 만큼
자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첫 번째 교훈으로 삼는다.
실제로 입양 연구와 쌍둥이 연구들은
부모의 양육 방식이
아이의 장래 소득, 교육 수준,
건강, 수명 등 장기적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다는 사실을
입증해 왔다.
브루스 새서도트의 연구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입양아들을 무작위로 배정한
홀트 국제아동복지회의 자료를 활용해,
동일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장래 결과를 비교했다.
결론은 충격적이었다.

가정환경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통념보다 훨씬 작았다.
심지어 체스나 이중언어 교육,
TV 시청 시간 등
부모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요인조차
아이의 인지능력에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는 많은 부모가 지나치게 걱정하며
선택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실은 별다른 실질적 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모의 결정 중
진짜 중요한 한 가지
그러나 모든 부모의 결정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두 번째 교훈은 이렇다.
부모가 하는
수많은 결정 가운데 단 하나,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아이를 어디에서 키울 것인가'
라는 결정이다.
이 결정 하나만은
아이의 미래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든다.
다시 말해,
동네가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하버드의 경제학자 라지 채티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이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미국 전역의
수백만 명 데이터를 토대로
특정 동네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소득, 교육 수준, 범죄율 등의
차이를 분석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특정 동네,
특히 '슈퍼메트로'라 불리는
도시에서는
아이들의 장래 소득이
평균보다 10% 이상 높았다.
시애틀, 미네아폴리스,
솔트레이크시티 같은 도시들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이 차이는 단지 도시 전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도시 내에서도
동네별로 차이가 뚜렷했다.
어떤 동네는 아이들에게 유익했고,
어떤 동네는 아이들을 낙오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부모가 사는 동네, 아이가 자라는 환경이
삶의 궤적을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이다.
채티는 이를 '역할 모델 효과'라고 불렀다.
새서도트는
심지어 부모의 영향 중 25%가
'어디에서' 자녀를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이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동네의 어른들'
그렇다면 어떤 동네가 좋은 동네인가?
데이터는 세 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첫째,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성인의 비율
둘째, 양친이 있는 가정의 비율
셋째, 인구조사에 성실하게 응답한 주민의 비율
이 요소들은 곧
그 동네의 시민성, 사회적 자본,
역할 모델의 질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똑똑하고 유능한 어른들,
안정적인 가정,
공동체에 참여하는 태도는
그 자체로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라지 채티는
흑인 남자아이들의
사회적 이동성에 주목한 연구에서도
이 원리를 다시 확인했다.
특정 동네에 사는
흑인 아버지의 비율이 높을수록,
그 동네에서 자란 흑인 남자아이들이
더 나은 소득과 교육 수준을
이루는 경향이 있었다.
놀라운 점은,
그 아이가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살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단지 동네에 '그런 어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공동체 내에서 접할 수 있는
어른들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 발명가가
많은 동네에서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발명가가 될 확률이 높아졌으며,
여성 발명가가 많은 동네에 살았던
여자 아이들 역시
같은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을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남성 발명가가 많은 동네는
여자 아이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는 성별 간의 역할 모델 효과가
다르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당신이 아니라
당신 곁의 어른이 아이를 바꾼다
부모는 때로 아이에게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려 애쓴다.
하지만 데이터는 말한다.
아이는 동네의 어른을
더 주의 깊게 보고,
더 쉽게 모방한다.
그들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도,
경쟁심도 없이
어른들을 관찰하고 배운다.

발명가가 많은 동네에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발명가가 될 확률이 높고,
의사나 과학자가 많은 동네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 직업을 갖게 될 확률도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심지어 여자 아이들은
여성 발명가의 영향을 받을 때만
미래에 발명가가 될 확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역할 모델이 가지는
심리적, 행동적 영향의 실증적 근거다.
그렇다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자는 무엇일까?
바로 자녀가 훌륭한 어른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자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 같은 환경은
교육정책의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지 학업성취도를 올리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는 공동체 전체의 질,
공동체 안에서 보여지는 성인의 역할,
시민으로서의 태도를 가르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학군과 학교의 등수가 아니라,
그곳에 어떤 어른들이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
아이들은 잘 자란다
저자는 부모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당신의 결정 대부분은
아이의 미래를 바꾸지 않는다.
그러니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체스 학원, 모유 수유,
영어 유치원, TV 시청 제한 등
이런 문제들에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아이를 어떤 사람들과
함께 살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만큼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육아란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부모가 고민해야 할 것은
수천 가지 중 오직 하나,
'동네'라는 결정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결정 하나만으로도
당신은 평균 이상의 부모가 될 수 있다.

육아에 관한
대부분의 조언이 잘못됐다면,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한
실질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좋은 동네, 좋은 어른들, 건강한 공동체가
곧 아이의 성장 환경이다.
부모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아이가 성장할 무대는 충분히 탁월해야 한다.
'독서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미국의 숨은 부자는 누구인가? (0) | 2025.05.23 |
|---|---|
|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재능 없이도 운동으로 성공하는 가장 그럴싸한 방법 (0) | 2025.05.22 |
|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데이터로 인생을 설계하는 기술 (0) | 2025.05.21 |
|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세계 체제의 갈림길, 미중 경쟁의 경제적 전망과 전략적 대책 (0) | 2025.05.21 |
|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미국의 전략전환, 위험구간 속으로 (0) | 2025.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