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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열두 발자국] 질문하는 뇌, 선택하는 인간

by 아콩대디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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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억제력 사이, 

우리가 멈추는 순간들

 

『열두 발자국』의 시작은 강렬하다. 

 

정재승은 말한다.

 

"세상에는 무언가에 호기심을 느끼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그런데 이어지는 문장은 더 인상 깊다.

 

우리는 강한 호기심을 느끼지만

이내 그것을 억누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을 살아가는 '억제력'을

갖춘 존재라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왜 질문하지 않는지,

왜 그토록 궁금해하면서도

무심한 척 사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첫 번째 발자국은

질문하는 인간의 뇌, 그리고

선택이라는 행위에 대해 묻는다.

이 책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멈추는 용기'다.

 

모든 호기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어떤 감정도 억누르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질문을 멈췄고,

모른다는 말을 두려워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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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재승은 과학자의 시선으로

우리에게 말한다.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세상의 규칙을 깨뜨리는 첫 발걸음은

언제나 의심과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좋은 결정은 유연한 뇌에서 시작된다

 

의사결정의 순간, 

우리는 어떤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을까. 

 

정재승은 말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결정을 내리고,
잘못되었다면 빠르게 조정하라."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인지적 유연성을 잃어간다.

 

즉, 전략을 바꾸는 능력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더 강조한다.

 

나와 다른 생각,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기객관화'와 '다름에 대한 포용력'은

더 나은 결정의 전제 조건이다.

 

좋은 결정은 단순한 논리력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끌어안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는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관찰하며 

공통적인 특성을 도출해낸다. 

 

바로 '정보 수집의 성실성'이다.

 

 

 

이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이처럼 결정의 질은 

단순한 직감이나 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지속적인 탐색과 

유연한 사고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준다.

 




방황을 두려워 말 것, 

지도를 얻기 위한 모험

 


정재승은 도시에서 길을 잃어본 경험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 순간, 우리는
세상에 대한 지도를 얻게 됩니다."

 

 

라는 표현은 곧 삶의 태도와 닮아 있다.

 

목적 없이 방황해본 사람만이

자기만의 지도를 얻게 된다.

 

유치원생의 마음으로

미친 듯이 세상을 탐색하라는 이 말은,

어쩌면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모험의 기술일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 제대로 된 지도를 갖지 못하면

결국 타인의 누더기 지도를

짜깁기하며 살아가게 된다.

 

삶이란,

끝없이 그 지도를

조금씩 업데이트해나가는

여정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황은 실패와 동의어가 아니다. 

 

오히려 방황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익숙한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삶이라는 여행에서 

완벽한 설계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때로는 길을 잃는 경험이야말로 

가장 귀중한 자산이 된다.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되는가


두 번째 발자국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정재승은 말한다.

 

"결정을 안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직관을 믿고 결정하는 편이 낫다."

 

 

그는 실수를 허용하고,

결정의 과정을 훈련처럼 여긴다.

 

또한 '시간제한 전략'을 소개하며,

정해진 시간 안에 정보를 모으고

그 시점에서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권한다.

 

그리고 그 결정이 틀렸다면,

'언제든 다시 하라'는 말은

우리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결정의 책임을

과도하게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마지막으로 그는 말한다.

 

"메멘토 모리."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결국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건,

죽음을 기억하며 용감히 결정하는 연습이다.

 

 



여기서 우리는 '완벽한 선택'이란 

신화를 버려야 한다. 

 

삶의 대부분은 

시행착오와 조정의 연속이고, 

의사결정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결정을 미루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변화에 둔감해지고 

기회를 놓치기 쉽다는 경고도 

이 챕터에 녹아 있다.

 



결핍은 성장의 연료인가, 장애물인가



세 번째 발자국에서는 

결핍에 대한 두 얼굴을 조명한다. 

 

 

"결핍은 욕망을 낳는다."

 

 

이 단순한 명제를 통해,

그는 결핍이 인간의 동기와 성장을

이끌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동시에 말한다.

 

지나친 결핍은 시야를 좁히고

관계를 왜곡시키며,

때론 병이 될 수 있다고.

 

어린 시절의 결핍이

원동력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일 순 없다.

 

삶은 결핍과 충만 사이를

끊임없이 조절하는 기술이다.

 

 

 

중요한 건,

그 결핍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동기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우리는 스스로의 결핍을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채워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성장의 에너지로 전환할 것인가. 

 

정재승은 우리에게 

후자의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놀이에서 나를 발견하다


네 번째 발자국은 놀이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은 놀이를 통해 자기를 발견한다. 

 

 

"나는 무엇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은

곧,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우리가 진정으로 몰입하는 활동 속에

삶의 방향성이 숨어 있다.

 

놀이 시간은

우리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이자,

가장 순수한 자기표현이다.

 

그리고 그 놀이가

때로는 직업과 삶의 방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즐거움을 무시하지 말고,

진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놀이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본성의 확장이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에서, 

우리는 창조성과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협업의 기술까지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진지하게 

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뇌는 왜 새로고침을 싫어할까


다섯 번째 발자국에서는

반복되는 새해 결심 실패의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우리 뇌는 그렇게 디자인되어 있다."

 

 

 

인간의 뇌는

에너지를 아끼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에너지를 적게 쓰기 위해 습관에 기대고,

그래서 '변화'는

곧 '에너지 소비'로 인식된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이는 뇌에게 고통이다.

 

그럼에도 정재승은 말한다.

 

"삶의 10~20%는
새로운 탐색으로 채워야 한다."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뇌의 귀찮음'을 이겨내야 한다.

 

작지만 새로운 선택이

뇌를 깨어나게 만들고,

그 축적이 곧 인생의 진폭을 키우는 것이다.

결국 습관을 벗어난다는 것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작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진정한 새로고침이다.

 

 



미신의 유혹, 통제하고 싶은 마음


여섯 번째 발자국은 

미신과 미래에 대한 통제 욕구를 다룬다. 

 

정재승은 단언한다. 

 

 

"미신은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예측 가능성에서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몰랐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

 

미래를 다 안다면 행복도 사라진다.

 

그래서 인생은

알 수 없기에 흥미롭고,

견딜 만한 탐험이 되는 것이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

미신에 기대기보다는,

불확실성 속의 가능성과

우연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얼마나 예측 불가능성을

회피하려 하는지를 일깨우는 동시에,

인생의 본질이 바로

그 불확실성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계획된 행복'이란 허상 속에서

불안을 느끼기보다,

흐르는 대로 살아가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확신을

찾는 것이 더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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