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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s and Spirits

9. 리슬링(Riesling), 산뜻함과 숙성의 여운이 공존하는 와인

by 아콩대디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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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과 향에서 꿀과 석유 향까지,

하나의 품종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넓은 스펙트럼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리슬링(Riesling)은

한동안 '달콤한 와인'의

대명사로 인식되었지만, 

실제로 리슬링은 

훨씬 더 깊고 넓은 세계를 품고 있다. 

 

산뜻한 청사과 향과 

날카로운 산도로 시작해, 

숙성이 진행되면 

마치 벌집을 품은 듯한

꿀향, 스모키한 석유 향,

섬세한 미네랄 까지

다양한 풍미로 발전한다.

무엇보다도 리슬링은

‘테루아(terroir)’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품종이다.

 

어느 지역, 어떤 토양, 

어떤 수확 시점이었는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내 주는

포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알자스, 호주, 뉴질랜드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리슬링이

저마다의 색을 지닌 와인이 된다.

 



리슬링의 향과 스타일

 

리슬링은 아로마틱 품종으로, 

소비뇽 블랑처럼 허브향보다는 

과일과 꽃향기가 중심이다.

서늘한 지역에서 

일찍 수확된 리슬링은 

청사과, 라임, 백포도, 꽃향기가 

중심이 되며,
조금 더 익히거나 따뜻한 지역에서는

복숭아, 살구, 파인애플 같은

스톤프루트 혹은 열대과일의 느낌도

전해진다.

느즈막히 수확한 리슬링에서는

꿀, 말린 살구,

그리고 귀부균(Noble rot)이 만들어내는

꿀향과 고급스러운 농축미가 등장한다.

이 품종은 단맛의 범위도 넓다. 

 

드라이, 세미 드라이, 

미디엄, 스위트, 노블 스위트까지 

다양하며, 

산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달콤한 스타일임에도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

숙성된 리슬링에서는

특유의 석유 향(petrol-like aroma)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일부 애호가들에게는

가장 매혹적인 향이 되기도 한다.

 




리슬링의 본고장, 독일

 

리슬링의 고향은

단연 독일(Germany)이다.

 

이곳에서는 리슬링을

다양한 스타일로 양조하며,

각 와인은 품질 기준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카비네트(Kabinett)

비교적 이른 시기의 포도로 만든

드라이~오프드라이 와인. 산도 높고 가볍다.

슈페트레제(Spätlese)

느즈막히 수확한 리슬링으로,

좀 더 숙성되고 풍부한 과일 향과

산도가 어우러진다.

아우스레제(Auslese)

농익은 포도에서 오는

풍성한 과일 향과 단맛이 특징이며,

종종 스위트 스타일이다.

독일 리슬링의 또 다른 매력은 

단일 포도밭 표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병 라벨에 

해당 포도밭의 이름이 명시되어, 

와인의 정체성과 지역성을 강조한다.

특히 모젤(Mosel) 지역은 

가파른 경사면과 

셰일(슬레이트) 토양 덕분에 

밝고 투명한 산미와 

미네랄 감이 강조된 

리슬링을 만들어낸다. 

 

라인가우(Rheingau)와

팔츠(Pfalz)에서는

보다 무게감 있고

중간 바디의 와인 스타일이 일반적이다.

 



알자스(Alsace), 품격을 더한 리슬링

 

프랑스 알자스 지역은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나, 

리슬링의 스타일은 다소 다르다.

더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로 인해

과일의 성숙도가 높고,

와인은 일반적으로 드라이하며,

바디감도 더 풍부하다.

알자스의 리슬링은 

때로 감귤, 복숭아, 라임, 

그리고 백후추 같은 

스파이스 향이 동반되며, 

병숙성을 거쳐 복합적인 꿀향과

미네랄리티를 띄기도 한다.

 



오스트리아와 호주의 리슬링

 

오스트리아에서는 

리슬링이 주로 건조한 스타일로 만들어지며, 

높은 산도와 함께 감귤류, 복숭아, 석회향,

그리고 스모키한 미네랄 향을 보여준다.

 

특정 포도밭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호주에서는 클레어 밸리(Clare Valley)와

에덴 밸리(Eden Valley)가

리슬링의 주요 산지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리슬링은

매우 드라이하며, 강한 산도와 함께

라임, 사과, 레몬,

그리고 미묘한 석유 향이 인상적이다.

 

숙성이 진행되면

벌꿀, 구운 토스트, 흰꽃 향 등으로 발전하며,

10년 이상도 견디는 품질을 보여준다.

 



뉴질랜드와 북미의 리슬링

 

뉴질랜드는 남섬 지역을 중심으로 

드라이하면서도 향기로운 

리슬링을 생산하고 있다. 

 

그린애플, 라임, 감귤류 향이 강하며, 

숙성 시 꿀향도 발생한다.

미국은 지역에 따라 

리슬링 스타일이 다양하다.

워싱턴 주는 드라이하고

산미가 살아 있는 스타일,
캘리포니아 일부는

약간의 잔당이 남아있는

세미 드라이 스타일을 추구한다.

 



저가 생산지와 블렌딩

 

리슬링은 품질이 높을 경우 

거의 항상 단일 품종으로 생산되며, 

블렌딩은 매우 드물다.


다만, 저가 와인을 중심으로는

일부 리슬링이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ztraminer)와

섞이기도 하며,

독일의 일부 고수확 지역에서는

고당도 저산도 품종과 블렌딩되어

가볍고 달콤한 소비자 친화형 와인이 생산된다.

 



리슬링은 첫 잔을 마시는 순간 

상쾌한 기운으로 

기분을 환기시켜 주는 와인이다. 

 

하지만 정말 매력적인 건, 

그 와인이 병 속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보여주는 

진화의 여정이다. 

 

산뜻함에서 깊이, 꽃향기에서

꿀과 석유향까지.
단 하나의 품종이 

이토록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리슬링은 입문자에게는

'와인에 빠지는 첫 계기'가 되기도 하고, 

애호가에게는

'오래도록 탐구하고 싶은 품종'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 리슬링을 고를 일이 있다면,

라벨을 한 번 더 들여다보자.

 

트로켄(Trocken)인지

슈페트레제(Spätlese)인지,

모젤(Mosel)인지

클레어 밸리(Clare Valley)인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와인 잔을

훨씬 더 흥미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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