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이 말하는
인생수업의 출발점
『풀꽃 인생수업』의
첫 인상은 화려함이 아니라
쉬움이다.
나태주 시인은
스스로를 초등학교 선생을 했던 사람
이라고 소개하며,
그 덕분에 말투가 쉽고,
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시를 쓰게 됐다고 말한다.

시와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분명하다.
시는 벽장 속에 감춰 둔
비밀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여야 하고
그래야 비로소 누군가의 마음을
바꾸는 감동이 된다.
이 책의 인생수업 역시 그렇다.
어려운 철학이나
거창한 성공 이야기보다,
누구나 겪는 고민과
마음의 구석을
쉬운 언어로 건드린다.
그래서 읽다 보면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작은 결심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부족함을 바꾸는 힘,
구체적인 꿈과 오래 보는 마음
시인은 자신을
A4 한 장을 채우는 데
한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그리기 전에
오래 보고, 다시 보고,
마음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비로소 선을 긋는다.
그러면 눈앞의 제비꽃이
종이 위로 옮겨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 과정에는
두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
1.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태도
말이 빠르지 않아도,
글이 쉽게 나오지 않아도
나는 원래 느리다
라고 단정 짓지 않고
천천히 오래 보는
자기만의 방식을 끝까지 밀고 간다.
2. 구체적인 꿈의 중요성
“네가 이루고 싶은
조그만 꿈을 가져라.
보다 구체적인 꿈을 가져라.
그리고 그 꿈을
끝내 꼭 이루도록 하라.”
크고 대단한 꿈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맞는
조그만 꿈을
구체적으로 붙들라는 조언이다.
막연한 열망 대신,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정하고,
그걸 끝까지 밀고 가는 것,
그의 삶과 글쓰기가 보여주는
공통된 태도다.
콩나물시루와 아이들,
그리고 믿음의 시간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비유가
콩나물시루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은 다 빠져나가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
콩이 자라나 있다.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도
그렇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도,
흘려보내는 것처럼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 비유는
단지 교육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읽는 책,
반복해서 적어두는 메모,
매일 조금씩 해보는 운동과
공부도 마찬가지다. 눈
에 띄는 변화가 없어 보일 뿐,
어느 순간 콩나물처럼
쑥 자라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콩나물은 믿음의 속도로 자란다”
자존감과 자존심,
그리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
나태주 시인은
힘든 일이 있어도
기죽지 말고 살라고 말하면서,
그 바탕에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꺼낸다.
자존감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높이는 마음이다.
자존심은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나를 지키려는 마음이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왜 나만 이럴까
라는 생각에 갇히고,
세상과 사람을 탓하게 된다.
반대로,
스스로를 인정하는 사람은
남도 높일 수 있고,
타인의 장점도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또 하나 위로가 되는 문장은 이것이다.
“우리가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은
나만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때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면
조금 나아진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불안과 우울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내 고통만 특별하다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
이 또한 자존감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선물이라는 감각
책에는 시인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 경험이 담겨 있다.
살아날 확률은
10만 분의 1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배가 아픈 것도, 몸이 힘든 것도
내가 살아 있으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관점을 옮기면,
같은 통증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따뜻한 물을 마시고,
가볍게 몸을 풀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실천이 가능해진다.
지금 겪는 고난이 억울하고
화가 날지라도,
언젠가 이 시련이
좋은 것을 쥐여주는 손이
될 것이라는 믿음,
나태주 시인이
직접 그 증거가 되기에,
그 말에는 단단한 설득력이 있다.
행복과 사랑의 정의,
아주 소박하지만 깊은 문장들
이 책에서 널리 알려진
두 편의 시가 등장한다.
하나는 「행복」,
다른 하나는「사랑에 답함」이다.
1. 행복의 조건
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행복을
거창한 성공이나 물질이 아닌,
집·사람·노래라는
세 가지로 정리한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정의다.
2. 사랑의 태도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
싫은 것도 잘 참아주는 것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
사랑은 결국
해석의 방식이라고 말하는 시다.
상대를 예쁘게,
좋게, 계속해서
바라보려는 의지,
그 끈질긴 태도가 쌓여
한 사람의 인생과 관계를 바꾼다.
관계를 대하는 법,
나에게 과분한 사람
이라고 생각하기
피천득 선생의 일화는
관계에 대한 태도를
단번에 바꿔 놓는다.
그는 아내도, 자식들도,
나에게 과분한 사람
이라고 말했다.
상대가 나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늘 손해 보는 기분이 들고
불평이 쌓이지만
상대가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고마움과 기쁨이 먼저 찾아온다.
나태주 시인은 말한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세요.
잘 사는 첫걸음입니다.”
배우자, 아이, 연인, 동료를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순간,
같은 상황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상대를 높이는 만큼,
관계는 부드럽고 따뜻해진다.
우분투와 가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릿의 힘
책 후반부에서는
삶을 지탱하는
가치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1. 우분투
아프리카 말
우분투(Ubuntu)는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는 뜻이다.
네가 있어서 내가 있고,
당신 덕분에 내가 산다.
이 말 한마디가 주는 힘은 크다.
원망과 비교 대신
당신 덕분입니다
라는 인사를 주고받다 보면
불행감이 조금씩 옅어지고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진다.
2. 성공보다 중요한 것,
가치 있는 사람 되기
“성공하는 사람이 되려 하지 말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라.”
- 아인슈타인
가치 있는 사람은
남을 이롭게 하고,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이길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시인은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오늘
남을 이롭게 하며 살았는가?
3.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힘,
그릿(Grit)
앤절라 더크워스가 말한 그릿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열정을 뜻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열정
시장은 옮겨 다녀도 되지만,
인생의 중요한 일은
자꾸 갈아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나를 정했다면,
해낼 때까지 놓지 않는 것,
이것이 결국 인생 후반부의
반전과 변용을 만든다고 말한다.
다시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문장들
책에는 완주에 관한
문장들이 이어진다.
- 아홉 번 실패했다면,
아홉 번 시작한 것이다.
- 마지막 한 고비 앞에서 돌아서면
얼마나 안타까운가.
-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고,
포기하고 싶어도 끝까지 가보자.
또한
젊을 때 되고 싶었던 사람이,
늙어서 된 사람이
진짜 잘 산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금 젊다면,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보고,
그 모습에 조금씩 다가가는
하루를 쌓아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각자의 별로 빛나는 삶,
그리고 나를 위로하는 일
마지막으로 시인은
모두가 크고 눈부실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늘의 별을 떠올려보면
어떤 별은 환하게 빛나고,
어떤 별은 보일 듯 말 듯
어둑하게 빛나며,
어떤 별은 빛을 숨기고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각각이
자기 자리에서
의미 있게 존재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권한다.
“스스로 편안해져라.
너 자신을 쉬게 하고 위로하고
기꺼이 용서하라.”
끊임없이 비교하고
채찍질하는 대신,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낸 자신에게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해보자
라고 말해주는 일,
『풀꽃 인생수업』이
마지막까지 건네는 인생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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