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세포 단위로 보면
끊임없이 죽고 태어나는
순환 속에 있다.
그런데도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평균 80~90년의 시간 동안
‘동일한 존재’로 살아간다.
이 불가사의한 존재의 지속성은
무엇에 의해 가능한가?

그 중심에는 바로 DNA라는
유전 정보가 있다.
『불멸의 유전자』는
인간의 유전자에 대해
단순한 생물학 지식을 넘어
철학, 사회, 역사까지
확장되는 시선을 던진다.
이번에는 특히
유전자 복제, 진화, 다양성,
성, 사회라는 영역이
어떻게 유전 정보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클론과 복제
: 동일성의 환상
먼저 유전자의 복제와 관련된
첨예한 윤리적·생물학적
쟁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복제 인간’의 이미지는
과학 기술이
‘개체의 완벽한 복사’를
가능하게 한다는
환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유전자는
복제된다고 해서
개체 전체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DNA는
그 생물의 청사진이지만,
개체의 기억·경험·환경을
복제하진 못한다.
복제된 생명체는
생물학적 유전 정보는
같을지언정,
자라나는 사회 환경과
기억은 다르다.
즉, 복제는 복사일 뿐,
동일한 존재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복제 양 돌리’ 사례와 함께,
개체의 정체성은
유전자를 넘어선다는
주장이 강조된다.
유전자는 유한하지만,
존재는 복잡하다.
진화의 서사
: 우연과 적응의 경계
다음으로는
유전자의 진화적 관점에
초점을 맞춘다.
자연선택, 돌연변이,
생존경쟁으로
대표되는 진화론은
유전자가
세대를 넘어 변형되며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적자생존’의
논리를 넘어서,
진화가 무작위성과 의외성,
그리고 비효율적 선택의
역사임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인간의 척추 구조는
직립 보행에
최적화되지 않았으며,
맹장은
과거에는 의미 있었지만
현재는 거의 기능을
하지 않는 기관이다.
이처럼 진화는
꼭 ‘완벽한 결과’만을
낳지 않는다.
진화란 환경에 따라
우연히 살아남은 자들이 남긴
유전자 서사일 뿐이다.
그 서사는
무수한 실패와
비효율을 품고 있으며,
그 안에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다양성과 혼종성
: 인간은 순종이 아니다
‘혼혈’과 ‘다양성’에 대한
오해를 짚으며,
우리가 가진
순혈주의 신화를 해체한다.
역사적으로
인간 집단은
끊임없이 섞여왔다.
피의 순수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이며,
오히려 유전자 다양성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열쇠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사례가
인상 깊게 등장한다.
이 지역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
유전적 혼합이
광범위하게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정체성과
문화가 꽃피웠다.
혼혈이 ‘열등함’의
표식이 아니라,
역사적 가능성과
창조성의 표식이라는 시각은
기존의 우생학적 사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우리는 모두 혼합의 결과다.
유전자적 순수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차이’는 결코 결핍이 아니다.
성과 유전자
: 정체성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성’이라는 정체성과
유전자의 관계도 탐색한다.
전통적으로는
생물학적 성(섹스)이 정해지면
사회적 성(젠더)도
고정된다고 여겨졌지만,
현대 생물학은
이에 이견을 제시한다.
유전자는 성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일 뿐이며,
호르몬, 뇌 발달, 환경,
심지어 개인의 인식까지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성 정체성은 단지
XX냐 XY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장에서 중요한 통찰은,
유전 정보는 경향성을 줄 뿐,
운명을 결정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가능성의
스펙트럼을 열어두고,
그 안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정의해 나간다.
유전자와 사회
: 과학은 중립적이지 않다
과학, 특히 유전학이
사회와 만나며
어떻게 정치적·문화적으로
활용되어 왔는지를도
비판적으로 조망한다.
우생학의 역사,
인종적 유전자 분류 시도,
범죄 유전설 같은
담론들이 그 예다.
이 책은 유전학이
‘객관적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편견과 차별을
강화한 수단이 된
역사를 되짚는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다.
과학은
누구를 위해 쓰이는가?
어떤 시선이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되는가?
유전자는
사실을 담고 있지만,
그 사실이 해석되는 방식은
철저히 사회적 맥락에 따라
결정된다.
과학 역시 권력과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가 유전자를
이해해야 하는 진짜 이유
『불멸의 유전자』는
생물학 책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정체성,
다양성, 사회적 정의를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유전자는 단지
염기서열의 조합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서사, 갈등,
가능성을 품은 정보다.

복제, 진화, 성, 혼종, 차별 등
이 모든 주제를
유전자로부터 출발해
풀어낸 이 책은
우리를 더욱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태어났고,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그리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유전자라는
과학적 개념을 넘어서,
더 깊고 넓은
인간 이해로 나아간다.
그 여정은 단지
생물학적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방식의 전환이다.
'독서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권력의 심리학] 권력은 인간의 본성인가, 사회의 구조인가 (0) | 2025.09.11 |
|---|---|
| [불멸의 유전자] 우리는 왜 유전자를 넘어서야 하는가 (0) | 2025.09.10 |
| [불멸의 유전자] 불멸을 향한 인간의 도전, 유전자에 답이 있다 (0) | 2025.09.08 |
| [지리의 힘] 국경 너머, 지정학은 계속된다 (0) | 2025.07.28 |
| [지리의 힘] 국경을 넘는 힘, 지리의 전략 (0) | 2025.07.27 |